캄보디아와 북한은 지금 얼마나 가까운가
캄보디아와 북한은 지금 얼마나 가까운가 : 관계의 온도와 전망
이전 글에서 역사와 현재 흐름을 나눠서 살펴봤다면, 이번 글에서는 한 가지 질문에 조금 더 집중해볼 수 있어요. “지금 두 나라는 실제로 얼마나 가까운가?”라는 부분입니다. 과거에 매우 특별했던 관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온도로 바뀌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 온도가 더 올라갈지, 아니면 지금 수준을 유지할지 정리해보는 거죠.
먼저 결론부터 간단히 이야기하면, 현재 캄보디아와 북한은 예전처럼 각별한 동맹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완전히 멀어진 사이라고 보기도 힘든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역사와 기억 때문에 관계를 쉽게 끊지는 않지만, 국제 제재와 외교 환경 때문에 무리해서 가깝게 보이려 하지도 않는, 중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평가에 가깝습니다.
1) 외교·경제·정치 차원에서 본 친밀도
관계의 친밀도를 이야기할 때는 보통 외교, 경제, 정치 세 가지 축을 함께 보는 경우가 많아요. 각각을 캄보디아–북한 관계에 대입해보면 현재의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외교적으로 보면, 두 나라는 여전히 서로 수도에 대사관을 두고 있고, 국경일이나 주요 기념일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공식 채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만 보면 관계가 “식었다”고 말하기 어렵죠. 단교나 격하 같은 조치를 취한 적도 없기 때문에, 형식적인 수준에서는 안정적인 우호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경제 협력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운영되던 북한 관련 상업시설이나 문화 사업 상당수가 유엔 제재 이후 축소 또는 정리되는 방향으로 흘렀고, 북한 노동자 파견도 크게 줄어들거나 중단됐습니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친밀도가 예전보다 떨어진 건 분명해요.
정치적으로는, 캄보디아가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강하게 옹호하거나,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비교적 중립적인 톤을 유지하면서, 직접적인 비판도, 과도한 지지도 자제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이 역시 “가깝지만 조심스러운 관계”라는 느낌을 줍니다.
2) “조용한 우호”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유
캄보디아와 북한의 현재 관계를 설명할 때 종종 사용되는 표현이 바로 “조용한 우호 관계” 같은 말입니다. 눈에 띄게 큰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관계를 끊자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는, 그런 분위기 때문이에요.
이 표현이 어울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캄보디아는 북한을 과거의 동반자로 기억하지만, 동시에 유엔 제재와 국제 여론을 무시하면 다른 파트너들과의 관계에서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알고 있어요. 북한 역시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기 때문에, 예전처럼 공개적으로 밀착된 모습을 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만족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 결과, 두 나라 관계는 겉으로 보기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부 구조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도자 간 개인적 인연이 관계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외교 의전과 형식적인 우호, 그리고 최소한의 상징적 교류가 중심이 된 셈이에요.
3) 앞으로 관계는 더 가까워질까, 멀어질까
관계의 전망을 이야기할 때는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유엔 제재, 한반도 정세, 중국과 미국 사이의 경쟁, ASEAN 내부의 흐름, 캄보디아 국내 정치 등등, 하나만 보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래도 몇 가지 방향 정도는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단교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캄보디아가 과거 인연을 완전히 끊는 선택을 할 이유는 많지 않아요. 대사관을 유지하고, 필요한 수준의 공식 채널을 열어두는 것은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예전처럼 “각별한 동맹”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크지 않습니다. 이미 캄보디아는 중국, 한국, 다른 ASEAN 국가, 서방과의 관계 속에서 경제와 외교의 큰 방향을 잡아두었고, 북한이 그 축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국제 제재 환경이 단기간에 완전히 바뀔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크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를 놓고 보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지금과 비슷한 온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눈에 띄는 갈등도, 극적인 화해도 없이, 과거의 인연을 인정하는 선에서 관계를 이어가는 형태로요.